
죽어도 앓아누울 모브라라
■모브라라
만 원 초반대 아이섀도우. 내가 구매한 섀도우들 중에 백화점 제품 다음 두 번째로 가장 비쌌다^_ㅠ 그치만 이내 넘사벽 아름다움에 무릎 꿇을 수밖에. 완벽한 죽음 기도다. 돈이야 둘째치고 내 영혼을 갈아 너에게 바친다. 토프 한 꼬집 흩뿌린 연한 회보라 색감이 흐리게도 눈두덩이 슥슥 바를 때마다 넓적하게 벌어지는데, 겨쿨들이여 그저 말없이 꼬옥 손에 쥐어주면 돼. 이건 우리들만의 약속이다? 루나 쿨컨투어 섀도랑 잘 어울림. 아련 터지고 분위기가 아픈 색상을 하나도 엄하지 않게 잘 만듦. 색상이 주는 자체가 꽈악 안아주고 싶은 느낌이 들지만 퀭하고 시퍼런 멍들어보이진 않음. 섀도우 질도 무난해서 가격만 배제하면 눈이 닳아가도록 발라주게 된다. 이미 색상만으로 짱짱을 주지 않을 수 없음. (202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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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4.4 추가 말: 어느 날. 단종 소식에 심장 덜컹 내려앉음. 그럼에도 여전히 예쁘다.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뭐 이런... 부단히 조급해진 마음에 여유롭게 소장하던 그때를 회상하며 제 스스로한테 잘했다고 여겼다. 이것과의 만남은 저항할 수 없는 이끌림 같은 것이었다. 부지런히 닳아 없을 때까지 쓰고 싶은 그런... 나에게는 상징적인 컬러. 이 색만의 분위기가 여전하다. 그 당시 겁 없이 뽑아낸 색상. 꼭 마치 밤안개 색감. 새벽 어스름 진 색감 같은 그런 거. 서서히 겨울 감성이긴 한데 칠흑같이 어두운 겨울밤 분위기는 조금은 희미하여 빛바랜 느낌만 감길 뿐이다. 따라서 안개 서린 연보라, 차분하고 고요한 색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아름다움. 그건 사랑.
적잖이 독특하고 신비롭고 성스러운 색감인지라 창백한 새벽 블러셔로 손색이 없다. 진심 볼에 살살 쓸어주면 감도 좋은 라벤더빛이 감도 좋은 사진같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볼에 안개 깔린 느낌이 되게 묘해요. 여기다가 미샤 섀도우 쉬어 팬지 색상을 올려 색이 엷게 번져가면 특유 분위기 끝장난다. (비록 섀도우라지만 쉬어팬지 색상만큼은 창백한 새벽 광 하이라이터로 무한 존재감을 비친다. 새벽광 하이라이터가 너무 창백한 광도 아니라서 절제된 아름다움이 밀려든다. 단, 손끝 스치듯 발라줘야 한다. 뭐,
더하면 더할수록 연보랏빛 안개 색감에서 좀 더 보랏빛 안개 색감이 적적하게 깔린다.) 그냥. 불완전한 느낌마저 좋다.
극적인 만남 '부르조아 모브라라'+루나 쿨컨투어' 영혼의 조합하면 잠잠한 회보라 브라운에 잠연히 잠긴다. 이렇게 단짝 조합 추천. 내가 널 심판하겠어. 극과 극의 만남인 듯하면서도 정반대의 분위기는 아님. 잘만 바르면 시퍼렇게 멍든 눈이 아닌 숙성된 와인처럼 숙성된 음영이 서서히 드리운다. 진하고 깊은 눈매 탄생과 동시에 겹겹이 쌓아주면 좋아서 죽음이다. 냉한 부드러움이 감긴다. 다소 해방감이 드는 색감이 해방감이 드는 향의 묵직한 향수와 함께해주면... 여한이 없다. 근데 이러면 보랏빛 먼지...? 색 느낌인가ㅋㅋ (그렇다고 검보라 색감X) 뭐든 다 괜찮아. 아마도. 영원히 사랑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예감이 들어요.
참고로 리뷰 과거에 언급되었던 루나 섀도 '02 쿨 컨투어' 색상은 가히 역사적인 색상이라 할 수 있다. 대대로 예술적인 색감인데 이걸 사라지게 하다니...... 그늘이 진, 정적인 색감. 눈매 깊이감이 선명하게 생긴다. 더욱이 은은한 부드러움을 더한. 그로 인해 눈매가 한층 더 그윽해진다. 쌓인 먼지 색감 같기도 하다만 흐릿한 눈매와는 또 다른 먼지색. (10 글로우 색상도. 이거. 활용도 미침.)
다시 말하지만 그다지 검게 멍든 눈 안 돼요. 가루 날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받아들여야 한다. 가루가 안개처럼 흩어지고 잿빛 먼지가 표류한다. 까짓것 상관없다. 제 곁에 있어준다면야. 그리하여 곱절의 시간이 지나도 치열하게 사랑하는 존재가 되어주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영원히 앓아누울 존재로. 저를 구해주세요. 이 잔인한 단종 세상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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