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까지 올락말락 하는 긴 생머리이다.
긴 생머리라는 로망은 로망일 뿐, 컬이라곤 하나도 없는 완전 직모 생머리인 내 현실은 정리되지 않은 귀신머리이다.
긴 머리 웨이브가 너무 예뻐 보이고 부러워서 미용실에 갔다.
예전에 탈색을 여러 번 한 탓에 파마를 하고 싶어도 여러 미용실에서 거절을 당했다.
미용사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로는, 파마를 하려면 쇄골 기장까지 잘라야 하는데 그러면 단발도 장발도 아닌 애매한 기장이 돼 버린다고 아예 더 기르고 오란다.
그래서 그 날 집에 와서 고데기라도 사서 말고 다녀야겠다 싶어서 무작정 초록 검색창에 검색했고, 긴머리용이라는 이 제품을 구입했다.
가격은 45000원 정도에 구입했다.
배송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조금 겁이 났다.
내 손은 소문난 곰손이고 내가 고데기를 다뤄 본 적이라고는 중학생 때 한창 유행했던 서인영머리를 하려고 판고데기로 앞머리를 말았던 것 뿐이었다.
그 때에도 뒷머리는 친구나 가족 누군가가 도와주곤 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동영상 속 그녀들이 너무도 쉽게 머리를 슥슥 말자 그대로 예쁜 컬이 나오는 걸 보고, '나도 손 두개에 손가락 열 개니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제품 배송이 왔다.
처음 보는 굵은 굵기에 조금 놀랐다.
고데기를 내려놓을 때에 따로 받침대를 놓아야 하는 건가 했는데 집게 반대편에 플라스틱으로 지지대가 고정돼 있어서 안정적으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줄이 길어서 다루는 데에 어려움도 없었다.
탈색모이니 헤어 에센스를 듬뿍 바른 후 에센스가 스며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온도 설정을 155도로 해 놓고 천천히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했다.
생각보다 쉽게 됐다.
돌돌 말린 컬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파마가 풀린 듯 한 자연스러운 컬이 되었고 그 자연스러운 상태(좋게 말하면 자연스러운 컬이고 안 좋게 말하면 고데기로 열심히 신경 쓴 티도 잘 안 나게 컬 흔적만 있는 상태)로 계속 유지되었다.
(그래서 곧 풀릴 거니까 처음에 너무 강하게 말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말아야 나중에 예쁜 컬이 나온다.)
오른쪽을 말을 때엔 집게가 밑으로 가게 잡고 시계방향으로, 왼쪽을 말을 때엔 집게가 위로 가게 잡고 반시계방향으로 말자 내가 원하는 모양이 잘 나왔다.
미용실에 가져갔던 머리모양사진만큼은 아니었지만, 곰손인 내가 처음 다뤄도 꽤 예쁘게 모양이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다루기 쉬운 제품인 것 같다.
엄마는 네가 이런 것도 할 줄 아냐고 놀라셨고 동생은 언니 왜 진작 이러고 안 다녔냐고 했다.
다만, 아직 사용이 미숙해서인지 사용하는 동안 자꾸 전원 버튼을 쉽게 눌러서 전원이 자꾸 꺼졌다.
그리고 집게 바로 윗부분도 봉과 함께 뜨거워지기 때문에 집게를 잡을 때 주의해야 했다.
좀 더 머리를 많이 잡을 수 있게 봉 길이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
보다나 40mm 대세인 것 같지만 비싸기도 하고 '고데기가 문제겠냐 내 손 기술이 문제겠지'싶어서 안 써봤는데
보다나 40mm 검색하면 나오는 연출사진들 컬이랑 내가 이걸로 한 내 머리 컬이랑 그냥 똑같다.
이게 더 저렴한데 이거 사길 잘 한듯
-
이거 진짜 짱짱인 게, 내가 똥손 어느정도 탈출하고 고데기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접한 걸로는 첫 고데기인데
시코르가서 다른 고데기들 써 봤더니 이거만한 게 없었다.
이건 쓰면서 머리카락 껴 본 적이 없는데
시코르에서 써 본 고데기들은 머리카락 다 끼고 타고 난리나서 당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