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적이고 자유로운 향을 찾아서
친구 생일 선물로 줬던 핸드크림. 김보희 작가 에디션할 적에 풍부한 색채력 담은 엽서와 포장 케이스 접하고선 이 녀석으로 내 친구한테 일년에 단 한 번뿐인 날을 축복하며 축하해주고 싶어서였다. 야자와 아이 만화책 주인공 나나처럼 (그 애의 최애 애니다) 사뭇 차갑지 않으나 시크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친구한테 헉슬리 핸드크림들 중에선 블루 메디나 탠저린 향이 그 분위기를 한껏 더해줄 듯하여 고심 끝에 골랐다. 사실 이게 내겐 호감이었어도 사바사의 끝을 달리는 것이 향수이므로 달리 친구는 혹 꺼려할까 걱정 많았었는데 다행히 오 향이 괜찮다며 고마워했다. 야 내가 더 고맙다ㅜ
(설령 저게 빈 말이고 그 애가 향 마음에 안 든다 해도 십분 이해한다. 다만 친구 취향을 완벽히 못 고른 나 자신에게 실망할 뿐. 그 애를 탓하지 않고 오직 나를 탓하지. 그러나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면 세상 기쁠 듯ㅎㅎ)
고작 탠저린 과즙 밴 상큼함을 전부로 상상하면 안되고 탠저린을 이루는 탠저린 잎새 그리고 꼭지로 이어진 탠저린 나무의 엷고 떫은 향기가 알싸하게 퍼진다고 보면 된다. 향이 무거울 것 같지만서도 무겁지는 않으므로 진중한 면도 날랑 말랑 와닿을 틈 없이 자유로운 영혼이 쓸 것만 같다. 이방인을 자처하는 누군가를 위한 것 말이다. 저도 모르게 폐부를 뚫는 시원함이 코끝에 휩쓸린 해방감까지 몰아치기 때문이다. 마치 푸른 바다와 누런 담배가 생각나는 향임. 다만 바닷물 특유 짠기는 희미한 채 바람에 실려오는 영문 모를 탠저린 나무 냄새를 덧입혀낸 그런 기분. 그러다가 붉은 불씨에 쫓긴 담뱃재 내도 스멀스멀 올라올 듯 달큰한 내음도 놓치지 않은 분위기를 담은 향기 폭죽이 터진다. (그새 달짝지근함은 손톱만큼 잔향이 피어나다 만다. ) 이를 배경으로 하여금 엔딩곡으로는 에이티즈 twilight 노래가 막 흘려나오기 일보 직전이겠거니...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 ㅋㅋ
헉슬리 베르베르 포트레이트 핸드크림을 겨울동안 잘 썼기에 나의 친구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서 선물한 거라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었고, 내 경험상 헉슬리 핸드크림은 되직한 제형이 꾸덕하지만 꼬들꼬들하여 텁텁함이 퍽 적었을뿐더러 금세 흡수되어 잔여감이 겉돌지 않아 좋다. 반면에 수분감이 살짝 역부족인 것이 없지 않아 있는데 손 씻고 써주면 그 나름대로 준수하니까 모두 헉슬리 가자. 어서 가자. 어서 가자. 끝이 기다리는 시작으로.
● 결론. 한마디로 블루 메디나 탠저린은 자유로운 향.
tip] 제발 잠깐 맡아보고 이거 뭐야; 별로네 흠칫하지 마시고ㅜ (꼭 제가 그랬었거든요 ㅋㅋㅋ) 조금만 더 깊게, 오래 맡아보세요... 향이 풍부하고 풍요로워요. 짙은 푸른기 밤하늘이 생각나는 향기 한 번 즐겨보세요.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들 주위에만 오렌지빛 섞인 붉게 물든 배경이 떠오릅니다. 그때가 진심 피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