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클 트리트먼트 써본 인간이 샴푸도
모레모가 때는 바야흐로 2020년 10월인가? 트리트먼트 대용량 사서 가격은 비싸다 한들 일 년 넘게 본전 이상은 뽑았었다. 다 써갈 쯤부터 양은 절대적으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풍의 펌핑질 아무리 해봤자 안 내용물이 어찌나 안 나오는지ㅎ 근데 나름 웃긴 건 아직도 누르다 보면 찔끔찔끔 새어오른 양에 대략 몇 바가지는 너끈히 쓸 수 있다는 거ㅋ 트리트먼트만큼은 나 다신 대용량 펌핑통 안 사기로 결심하게 해준 계기가 된 브랜드였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대충 제가 무슨 말하고 싶은지 아시겠죠? 여차저차 모레모 샴푸를 배송딜로 일단 100ml만 사봤다.
모레모 샴푸 쓰고 나서 압도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향 하나다. 엇 이거슨...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주시던 샴푸 냄새ㅋㅋ 그 냄새가 새록새록 풍기는데 향이 강하지 않아 퍽 다행이었다. 뭐 새초롬한 향이 달달하게 난다만은 내겐 이미 미용실 샴푸향으로 각인된 터라 딱히 향기롭게 일렁이진 않았다. 더군다나 머리 다 감고 나면 그게 파마 냄새로 묘하게 변한 채 맡아지므로 진짜 미용실 냄새로만 그친다.
점도 있는 에센스 제형의 물질이 미적대며 내려앉는다. 잇따라 거품이 휘몰아치긴커녕 고요히 일궈짐. 그래도 거품 팍 터뜨리는 타입이니 동전 크기로 짜내면야 대강 긴 모발 전체 감기 어렵지 않다. 그 후 물기 많게 머리를 후루루 씻어내린다. 제 힘껏 두피 집중 공략 문질해줘도 뭔가 개운한 맛은 적다. 두피 세정력이 안 강하다. 그냥 수분 에센스로 샴푸하는 느낌임, 계속.
대신 일전에 언급했다시피 수분 에센스 찰박한 샴푸감이 머릿결 새로 촉촉히 머금어져 모레모 미라클 트리트먼트와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단지 씻을 때는 괜찮은데 머리 말리고 나서도 한결같이 머릿결이 부드러워지는지는 잘... 수기 딱히 넘치는 것도 아니고... 내 모발 상태가 문제라 치자. 이런 망한 머리도 척척 잘해줄 수 있는 샴푸야말로 진정한 미라클이 아니겠나. 그나마 부스스함이 일말 잡히고 한참 머리 볶고 지지고 안 한 지 꽤 됐음에도 이 정도라면 변화가 극적이진 않아도 그럴싸하게 양호하다 여기는 걸로 끝내야 할 듯.
모레모 미라클x2 트리트먼트도 그렇고 샴푸도 그렇고 지성 두피 전용은 아니나 지성 두피꾼들이 써도 무겁지 않아 부담 없고 수분감에 집중하여 만든 듯해서 그건 좋았다. 무조건 영양 윤기 때려박는 기세가 없으니까. 그런답시고 둘이 꼭 붙여 써야만 하는가에 대해선 나직이 의문이 든다. 같은 라인이라 해서 모레모 미라클 트리트먼트랑 찰떡 궁합이라기엔 어흠. 개별로 쓰는 편이 더 매력 돋보임.
따라서 겨울에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쓸 만한 높은 가격대의 일반 샴푸였다. 이것만 쓰긴 퍽 세정력이 약하다. 지성 두피는 기름 잡는 샴푸 따로 1차 감겨준 다음 쓰길 권장한다. 개인적으로 본품 사서 쓰고 싶지 않게끔 저 통이 맘에 안 듦ㅋㅋ; 꽉 막힌 검정통에 안 내용물 얼마나 썼는지 보이지도 않아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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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커리쉴 샴푸랑 번갈아 쓰고 있어 얼결에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되는데, 간 발의 차로 커리쉴 카밍 샴푸보다 모레모 미라클 샴푸가 거품력 세정력 낫고 좀 더 차분히 눌러주는 감이 없지 않음. 실상은 그게 그거 같다만ㅋㅋ 아주 조금의 차이감이라도 관찰해보자면 말이다. 수분기는 둘 비슷. 부드러움은 차라리 커리쉴이 더 봐줄 만할지도. 둘 모두 올해 겨울동안만 쓰고 더 이상 안 쓰리라 예측해본다.
하나 더. 커리쉴 모이스처 카밍 샴푸는 달큰한 복숭아 농축액 냄새가 쏟아짐. 시간 지나고 두피 유분과 섞여지면 더욱 텁텁한 향이 뒤엉켜난다. 그래서 중성적인 면모 한 톨 드러남. 그와 상반되어 모레모 미라클 샴푸는 달달 새침한 프루티향이 남. (복숭아향류의 달짝지근X) 결론은 걍 미용실 냄새ㅎ로 숨 멎었다가 마지막 마무리는 이유 모를 파마약 염색약 냄새가 스멀스멀......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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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2.23 추가: 모레모 미라클 샴푸랑 미쟝센 오리지널 헤어 에센스(리뉴얼 전)과 향 궁합이 좋은 듯! 파마약 냄새 덜 나고 은근하게 향기로운 냄새가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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