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4 하나 더 거둬들이겠습니다.
왜냐고 질문하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고의는 아닌데 항상 사오려다가 안 사왔던ㅋㅋ 앞뒤 다른 손길에 굴복하다 드디어 데려왔어요. 진즉 아껴주지 그랬니. 일견 브러쉬는 뽑기운이 중요하다지만 온라인 구매로도 성공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래요, 올영씨가 알아서 잘 주어서 모질이 아주 땅땅하고 탄력적이더군요. 저는 여지껏 일말의 의심 않고 최소 5년된 더페이스샵 원터치 립브러쉬를 사용했었거든요. 립브러쉬 주제에 립은 흐지부지됐고 모가 단단하고 빳빳하여 애교살에 잘맞아요. 미샤 또는 물다 리퀴드 글리터나 미샤 리코타치즈 섀도우가 유독 착착 휘감기며 발리더라고요.
이렇게 저 익숙한 애가 지나친 양을 알아서 덜어내며 은은한 발색감을 자랑하는 데 반면, 필리밀리 514는 양조절을 사용자가 직접해야 하는 대신 글리터 발색이 더 뚜렷하고 완벽 효율적인 애교살 양감이 완성됩니다. 원하는 글리터 조금 듬뿍 떠서 필요 영역에 튕기듯 얹어주면 노발대발 스스로 화가 나있어 무섭게 빛나네요. 진짜 아이돌 무대 화장 눈앞머리 빡빡 반사광 장난 아니에요. 지금 내가 우는 건지 글리터가 우는 건지 아무튼 어지럽게 왕왕거림. 글리터란 것이 나를 악어의 눈물로 울리는 중. 나 혼자만의 착각인가 싶어 베프 눈밑에다가도 줄줄이 차곡차곡 쌓아놔줬더니 세상에 똑같이 그러네. 눈밑에 펄광 주사 놓기라도 한 듯이, 진지하게 신세계 반짝거림. 너도 나도 서로가 눈부심 돋음, 이러면서 얼굴 도리도리질거리고 있음ㅋ
모 쉐입도 뭉특한 듯 짧고 폭이 좁아 세밀한 작업도 꼼꼼하고 애교살 봉우리 정상 라인에 본인이 바란 펄물결이 잘 들어차도록 도와주네. 단조로운 눈동자 아래로 암호 514 발리는 순간, 돌연 '사로잡아 소리없이 너를 사로잡아' 내 최애돌 노래 비지엠 그라데이션으로 틀어집니다. 나 약간 우물 안 개구리 틀에 박힌 버릇 박차고 고쳐버린 기분이에요. 이제 다 됐어. 514 적과의 동침. 애교살은 514로. 밤은 다시 쓰여졌어. 떨린 손끝 너머 다시 한 번 시작되는 필리밀리 514. 코스메틱계 체크메이트 흰말은 너였구나.
저는 딴딴한 514를 다루기 쉽고 얄쌍하니 아이라이너 풀어주는 브러쉬로도 쓰고 싶어서 하나 더 살 생각입니다. 글리터 리퀴드용 하나 섀도우용 하나 갖추기 위해서 또또 살 수도 있음. 일단 망했음. 도망치지 못해. 끝에 몰린 제가 어쩔 수 있나요. 별 수 없이 애교살 게임 당해야지. 네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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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시 제 글픽 프로필 사진 최애 이 예쁜 사진 원본 아시는 분 계실까요? 찾아봐도 안 나와서. 저는 이렇게라도 내 사랑을 알아내야겠어요.>